◆…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와 지상욱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의 그동안 잠잠하던 당내 노선 갈등이 선거법 패스트트랙에 대한 이견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의원총회 등을 통해 선거제 개편 잠정안 추인 작업에 착수했지만, 바른미래당만 이 과정을 건너뛰려 하자 당내에서 분란이 일어나고 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19일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지정 당론 추인을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선거제 패스트트랙 지정에 이견을 가진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 의원은 김관영 원내대표를 향해 "의회민주주의와 당헌당규를 함께 파괴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같은 당 지도부를 향한 고언(苦言) 치고는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다.

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도 "선거법은 이미 여야 4당 지도부가 합의를 이루고 각 당의 추인을 받는 단계다. 그럼에도 우리 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당론 추인 없이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관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 패스트트랙 관련) 당론을 반드시 모으는 절차를 거치는 게 의무사항은 아니다"라며 "당내 훨씬 더 많은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다수 입장을 대변해 일처리 하는 게 원내대표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 의원은 "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당 소속 의원들의 추인을 받아야 하는 당헌에 적시된 절차도 무시한 채 결과에 있어서도 여당과 정의당에게만 이로운 선거제도를 주요법안들을 왜 이렇게 처리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중요사항에 대해 당론 의결을 거쳐서 결정하는 게 당의 법규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을 자신의 생각대로 몰고 가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특히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대신해 국회운영에 임해야 할 임무를 가진 사람"이라며 "설혹 각각의 생각들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이를 한데 모아야 할 의무를 지닌 게 원내대표"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라고 의원들이 투표를 통해 선출한 것"이라며 "의무사항 운운하며 의원들의 뜻과 반하게 일하라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상정에 반대하는 지 의원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 소집서를 제출했다. 요구서에는 지 의원 외에 유승민·유의동·하태경·김중로·이언주·정병국·이혜훈 의원 등 보수성향 의원들이 서명했다.

일각에서는 구(舊) 바른정당과 구 국민의당 일부 세력이 뭉쳐 만들어진 바른미래당이 본격적으로 노선 갈등 상황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정의당을 중심으로 사실상 범진보 진영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쳐져 바른미래당이 들러리를 서는게 아니냐는 불만이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 의원의 의총 소집 제안이 당내 노선 갈등의 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지 의원은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당론 의결 과정(의총)이 없었다"면서 "선거제라는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데 국회 내에서도 합의가 안 된 것을 어물쩍 해놓고 다른 법안과 묶어 패스트트랙을 한다는 데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