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갈등 해법-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전 한국세무사회장)에게 듣는다 

“가진자가 먼저 베풀어야…‘아름다운 배려’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돼야” 


‘나눔과 섬김의 전도사’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전 한국세무사회장·세무법인 석성 회장)은 계사년(癸巳年)을 맞아 “아름다운 배려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제시돼야 한다”며 “가진 자의 배려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나눔과 섬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 회장은 석성장학회와 석성 1만사랑회를 통해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몸소 실천하며,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활성화에 이미 온 몸을 내던지고 있다. 

새해 아침, 조용근 이사장을 만나 ‘계사년에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와 희망은 무엇이 돼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정담을 나눴다.<편집자 주>

‘나눔과 섬김의 전도사’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하나의 촛불을 켜는 심정으로 나눔과 섬김을 묵묵히 실천해 나가겠다”며 “우리 모두가 이웃을 배려하고 나눔을 실천한다면 사회양극화는 그만큼 빠르게 치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계사년(癸巳年)을 맞았습니다. 세무사회장 퇴임 이후에도 역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데, 우선 근황이 궁금합니다.

“나이가 예순이 지나니 세월이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이 더 듭니다. 자고 일어나면 ‘오늘 하루 살았구나, 오늘 하루도 눈을 떴구나’ 라며 삶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곤 합니다.

무엇보다 사업과 돈 생각이 훨씬 줄어들면서 삶의 질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계사년을 맞아 올해도 잘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나눔과 섬김을 묵묵히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은 변함이 없습니다.”

□ 지난해말 크리스마스를 맞아 뜻깊은 행사를 개최하셨더군요. TV를 통해 봤습니다. 어떤 행사였습니까.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진 자는 즐기고, 없는 자는 소외되는 분위기가 없어져야 합니다. 수많은 성탄절 행사 중 성탄의 본 뜻과 관련있는 행사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성탄절이 향락과 소비 중심의 문화로 변질되고 있어 우려스런 부분입니다.

석성1만사랑회는 지난해 12월23일부터 25일까지 청계천 광장에서 어렵고 열악한 환경에 있는 중증장애인을 돕는 ‘크리스마스 스토리’라는 축제를 마쳤습니다. 현재 석성 1만사랑회에 2억2천여만원이 모여졌는데 이 중 일부를 중증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쉼터건립 기금과 한빛맹아원 후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요즘 성탄절, 가진 자들의 즐기기 문화로 바뀐 것 같아 한심

‘불우이웃 돕기’ 재산 많아야 하는 게 아니고 마음가짐이 중요  

이번 청계천 크리스마스 스토리 행사는 희생과 섬김,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새로운 축제의 장을 제시하는 행사로 매년 실시해 나갈 계획입니다.

어떤 사람은 저에게 ‘수백억원을 가진 재산가라서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하는데, 나눔과 섬김은 재산이 많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냥불을 켜야 촛불을 밝힐 수 있습니다. 말과 혀로만 하는 구제와 봉사는 진정성이 없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직접 만나고 돕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 따님 결혼식에 이어 지난해 아드님 결혼식 축의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해 화제가 됐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라 여겨지는데요.

“아들 결혼식을 지난해 11월에 치렀는데 사실 예식장은 지난해초에 예약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작은 결혼식 얘기가 나왔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축의금을 안 주고 안 받으려니 왠지 지인들과의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걱정이 됐고, 축의금을 안 내고 결혼식장에서 식사를 하는 하객들도 불편한 마음이 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또 상부상조의 미덕도 생각했고요. 2009년 딸 결혼식 때도 축의금 5천만원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했는데, 아들 결혼식 축의금 1억원을 중증장애인과 어려운 청소년 가장들의 장학금으로 내놓았습니다. 보통 시어머니와 고부간의 갈등이 예물에 따라 불씨가 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자녀 결혼식에 예물을 받지 않아 결혼식을 치르며 돈 드는 일이 없었기에 사회에 환원할 수 있었습니다.

딸 이어 아들 결혼축의금도 ‘어려운 이웃 돕기’에 사용

“사회공헌 활동에 가족 도움 커…모두가 감사할 일” 

특히 이러한 결정 과정에서 아들 내외가 축의금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보람있게 썼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고, 아내도 기꺼이 찬성을 해 줘 가족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어려운 사람돕는 일에 가족들과 함께 한다는 게 또다른 보람이고 감사한 일이지요.”

⏙ 이미 곳곳에서 ‘명강사’로 정평이 나있는 걸로 압니다. 국세청 직원을 대상으로 할 때는 주로 어떠한 내용을 말씀하십니까.

“이 세상에 누군가가 성냥불을 켜야 불이 피어 오르는데 켜는 것조차 하지 않으면 그냥 어두운 세상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합니다. 일부 국세청의 훌륭한 분이 보면 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분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대다수 말단에서 올라간 직원들은 자랑스럽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직원들에게는 세무공무원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하지 말 것과 베풀며 사는 생활문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무공무원이 경제 부흥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지만 납세를 한 어려운 사람을 돌아봐야 한다는 점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석성1만사랑회는 지난해 12월23일부터 25일까지 청계천 광장에서 중증장애인을 돕는 ‘크리스마스 스토리’라는 축제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조용근 이사장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쉼터건립 기금과 한빛맹아원 후원금 전달행사를 가졌다. 

수도경찰 감동시킨 서울 경찰청 강의…‘이 시대의 경찰상’ 제시

지난달 21일 서울지방국세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자열(近者悅)-가까운 사람을 기쁘게’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습니다. 서울청 강의를 기점으로 국세청 본청을 비롯 6개 지방청에 대한 특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저는 강의를 통해 ‘국세공무원들은 현직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후반에 나와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구나’ 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 서울경찰청 강의 때도 열렬한 박수를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세무공직자 출신으로서 참 이례적인 일인데요. 특히 서울고검 청사 정원에 조 회장님 얼굴조각까지 설치됐는데요.

“그렇습니다. 일개 지방국세청장 출신이 수도경찰청에서 800여명 간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고 하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지만, 강의를 마친 후 경무관급 이상 식사자리가 마련됐는데 물론 인사로 한 말이라고 여기지만 이구동성으로 ‘지금까지 온 강사 중에서 가장 훌륭한 강사였다’는 말을 들으니 국세청 출신으로서 또다른 감회가 있었습니다. 국세청 출신이지만 공직자의 선배로서 세무사회장을 역임한 시민으로서 경찰상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얘기한 것입니다. 경찰청이나 국세청이나 다를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공직자는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국세공무원의 뼈대도 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삶을 강의해 박수갈채를 받았고 이후 여러 경찰서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서초경찰서와 중부경찰서에서는 이미 강의를 마쳤습니다. 검찰청 정원에 저의 조각상이 만들어진 것은 아마 저의 작은 사회공헌 활동이 이런저런 인연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너무 과분한 일이지요.”

“강의때마다 세무공무원 뼈대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없지않아”

⏙ 천안함재단 이사장을 맡고 계신데, 재단 운영이 잡음없이 퍽 매끄럽다는 말도 들리던데요.

“이사장을 맡을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완벽한 재단으로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재단운영 현황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사장이지만 법인카드가 없고 보수도 없습니다. 회의비 한번에 10만원을 받는데 이 또한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바로 환원해 버립니다.

천안함재단 운영에 대해서는 100% 자신이 있습니다. 국세공무원과 세무사회장을 역임한 만큼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봉사활동 많이 하시다 보니 혹시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습니다만.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고 있는 현재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 정치권과 연계를 시키는데 정치에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아무리 성자라도 여의도에 가면 개인의사는 없고 당론에 따라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정치권에 진출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조세 및 세무사제도 개선 위해 정치입문 고려한 적 있어”

사실 세무사회장을 역임할 당시에는 정치권과 손이 닿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당시 국세청 당면과제가 세원관리방안이었고 이를 위해 신고검증제 입법화와 국세청법 제정이 꼭 필요한데 그것을 위해서는 정치권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아울러 세무사의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기부문화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국회에서 추진하면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때는 여든 야든 가리지 않았고, 양쪽에서 러브콜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조건이 있었는데 이에 응하지 않아 없던 일이 된 것입니다.”

⏙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3년 우리 사회에 어떠한 화두가 던져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자의든 타의든 ‘삶의 질’의 대한 생각이 바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이 마무리된 만큼 승자와 패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승자와 가진 자의 양보와 배려가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지요. 

“가수 싸이 ‘강남 스타일’은 ‘사회 쾌락주의’ 풍자…반성해야”

“약자 배려 안하면 병든 사회, 가진 자가 내려 놓는 계사년 됐으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사회 부조리를 풍자하지 않았습니까. 희극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 합니다. ‘오빠는 강남스타일이다’ 이 말은 가진 자의 쾌락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강북스타일은 무엇이겠습니까. 상대적 허탈감이 바로 우리 사회의 문제입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가 온 목적을 ‘산봉우리는 낮아지고 골짜기는 메워질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빈부격차를 낮춘다는 뜻입니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와의 폭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방법은 가진 자의 배려인데, 가진 자가 계속 쟁취하려 하면 약자는 상처를 입게 되고, 골이 깊어지면 병든 사회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화두는 가진 사람들이 내려놓고 공평한 사회가 돼야 하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권종일 기자   page@tax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