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옛것'에만 집착 버려야…변화 대비책 필요"
"중소기업 '신고검증제' 도입 적극 힘 쏟겠다"
"한길TIS 10억 출자, 임시총회 열어 회원 뜻 묻겠다"

조용근 한국세무사회장의 표정과 말투에는 항상 '자신감'이 넘쳐난다. 지난 6월 23일 조세일보와의 특별인터뷰를 위해 조세일보 사옥을 방문한 조 회장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자신감 가득 찬 말투로 질문에 답했다.

조 회장의 남은 임기는 대략 10개월 남짓. 아직 할 일도 많고, 무언가 이뤄낼 만큼 시간이 충분하다고 조 회장은 전했다. 조 회장은 특히 "남은 임기 동안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는 세무사 징계권을 세무사회로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변호사협회 등처럼 우리 세무사회도 일정부분 징계권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임기 내에 반드시 성사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아울러 국세청이 쥐고 있는 세무사 등록 업무도 우리 회가 직접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세무사회 방문차 미국을 다녀온 조 회장은 나름대로 큰 성과물을 안고 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세무사시장 동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향후 미국 세무사회와 한국 세무사회 간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로 단단히 약속을 받고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세무사 업계의 현안과 관련해 조 회장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조 회장은 "세무사에 대한 사고의 틀이 급변하고 있다. 향후 2∼3년 내에 혁명적 변화가 올 것이다. 그것이 대세다"라며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 기장이면 기장, 조정이면 조정 등 옛것에만 얽매여 있다. 이런 사고의 틀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우리 스스로 변하자는 차원에서 자체적인 정화운동도 시작했다. 현재 많은 수의 정화요원들이 활동하고 있고, 제보 등을 통해 내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부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딘다는 생각으로 징계요구 및 형사고발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이어 중소기업 신고검증제 도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한길TIS 10억원 출자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거쳐 임시총회 등을 통해 다시 한번 회원들에게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별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정리 : 김진영, 손나희 기자

□ 최근 미국 세무사회를 방문하고 돌아오셨습니다.

☞잘 갔다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세무사회를 방문한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 였습니다. 최근 세무사 자격에 대한 선진화 방향과 관련, 과세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사전 대비책으로 미국의 세무대리 시스템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선진화 방향이란 '시장의 벽을 무너뜨리고 규제를 완화하자'로 정리됩니다. 굳이 세무사, 회계사만 칸막이를 세워두고 그들만이 납세자를 대리해서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것이죠.

미국의 세무대리 실상은 (세무사)자격이 있건 없건 모두 유료로 세무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연방정부로부터 자격을 얻어서 활동하는 사람(세무사, 변호사 등)과 주정부로부터 자격을 획득한 케이스 등이 혼재되어 있는데 미국 국세청(IRS)에서 최근 자격없는 이들의 난립에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격제한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자격이 있는 사람이 해야 실제 납세자의 소득과 정부에 신고된 소득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전문적인 세무대리인 위주로 가겠다는 움직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나라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한가지 방문한 이유는 우리 나라 조세관련 자료가 미국시장에 전혀 소개가 안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FTA 개방과 관련해 우리의 시스템을 알려줘야 하는데 이때까지 그것이 안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독도 문제를 예로 들어보죠. 일본은 독도 문제가 언젠가는 국제재판소에 갈 것이라는 예측 하에 일본이 가진 관련 도서들을 미국 의회 등 여러 곳에 등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전포석이에요. 그러나 우리는 전혀 그런 것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 조세와 관련한 도서를 미국 의회 도서관 등에 정식 등록해 널리 알리고자하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주기적으로 우리 조세관련 도서를 보내, 등록하기로 협정을 맺고 왔습니다. 매우 유익했습니다.

□ 미국의 세무대리 시장 현황에서 우리가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습니까?

☞사실 미국 세무사회가 정부 등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인정을 받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에서 (세무대리)자격을 부여한 사람들 위주로 세무대리 시스템을 운영하겠다는 움직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연방정부에서 자격을 받은 등록인들은 우수하다고 (IRS가)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 나라의 자격사 선진화 방안과 비교분석할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미국 세무사회장과 상호 정보 교류를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앞으로 활발한 정보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 세무사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미래 위기를 대비해 업계가 준비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입니까?

☞세무사에 대한 사고의 틀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거의 혁명적 변화이고 대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기장이면 기장, 조정이면 조정 그런 것에 얽매여 있습니다. (최근 세무사회에 기고한 기고문을 언급하며)기존의 사고의 틀을 벗어나자는 의미에서 회원들에게 이야기 한 것입니다. 정책당국에서도 아직 우리 세무사에 대해 무한 신뢰를 갖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에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동안 세무사의 긍정적 측면 등 많은 설명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물론 세무사 시장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앞으로 다가올 혁명적 변화에 대비해 과거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런 세무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고 업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연초 대대적인 자체정화운동을 벌이자고 했습니다. 뼈를 깎는 아픔이 있더라도 조직에 있는 많은 성실한 회원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들을 다 걸러내기로 했습니다.

이것 또한 미래를 대비한 움직임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는 7월 초쯤 되면 지금까지의 자료들을 가지고 자체적인 조치를 취할 생각입니다. 많은 회원들이 여기에 동참을 했습니다. 제보 등을 통해 현재 내부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스크린이 끝나는 대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부적절한 경우 징계권자(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징계요구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형사고발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임기가 10개월 가량 남으셨습니다. 무언가 하고 싶으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것은 없습니다. 제 남은 임기 동안 두 가지에 역점을 두고 반드시 임기 내에 성사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세무사회가 자체적인 징계권을 갖는 것입니다.

변호사협회 등처럼 우리도 일정부분에 대한 자체적인 징계권을 가져야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세무사 등록 업무입니다. 국세청이 가지고 있는 업무인데 실제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업무입니다. 다른 전문자격사들과 마찬가지로 세무사회가 등록 업무를 해야 된다고 봅니다. 세무사 등록과 관련한 업무, 징계권 등은 세무사회가 가져와서 하는 것이 맞습니다.

남은 임기 내에 반드시 성사시킬 작정입니다.

□ 중소기업 신고검증 제도 도입문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모든 납세자가 신고하면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누구는 받고 누구는 안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납세자 1인 대비 검증 비율이 연간 2∼3% 수준입니다. 전산에 의해 무작위추출된다고 하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무조사에 대한 불평을 갖게 되어 있습니다.

모든 납세자가 신고와 동시에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국세청이 지향하는 두 가지 이념인 공평성과 효율성을 모두 충족시키도록 하는 것입니다.

전문자격사나 세무법인에게 검증을 받게 하고 국세청에서는 범칙조사나. 대기업, 반사회적 행위 등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세무조사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말 그대로 이원화를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공무 중 발생하는 좋지 않는 일도 축소될 수 있습니다. 국가 입장에서는 세수가 늘어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인 입장에서 "내가 검증을 받고 있다", 이런 자긍심을 얻습니다. 구성원들도 회사에 대해 신뢰성 갖게 되고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납세자는 6년 동안 세무조사만 4번을 받았다고 합니다. 친척 계좌까지 다 뒤지는 바람에 기업인으로서는 정말 힘든일이라고 말하더군요. 가산세도 일수에 따라 계산되기 때문에 납세자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일찍 발견되는 것이 절세입니다.

신고검증제를 도입해, 퇴직 국세공무원들을 자원으로 활용하게끔 하면 재취업 기회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은 점이 있다고 봅니다.

밥그릇처럼 이야기 하는 부류도 있는데 검증 세무법인 등은 납세자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도록 하고 추가적인 납부세액이 있을 경우 이 중 일부를 국가가 나눠주던지 하면 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을 담아 중소기업 중앙회에 자료만 전했더니 중앙회가 더 열렬히 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밥그릇만 챙기자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부에서 공권력의 이양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절대로 공권력의 이양이 아닙니다. 신고검증 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국세청 등은 해당 업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 되는 겁니다.

현실성 문제는 이야기하기가 다소 난해하지만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건의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것이 규제완화입니다. 전문자격사 단체들을 국가 시책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제 임기가 끝나더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차적으로 세원의 사각지대 등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에 앞서 법규정을 개정해야 겠지요.

검증 업체 선정 등의 문제는 선정요건을 엄격히 하면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검증이 잘못될 경우 해당 업체에 대한 국세청의 사후관리를 엄하게 한다면 검증 업체 스스로 실력을 키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검증의 실효성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길TIS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길TIS의 사업전망을 어떻게 보시고 계십니까?

☞아직까지 수익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사업 전망은 괜찮습니다. 걱정 안 해도 될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할 여지가 많습니다.

특정 독점 기업으로부터 벗어나 자체 전산법인 만드는 것이 세무사회의 숙원사업이었습니다. 한길TIS는 이런 회원들의 요구에 부응해 만들었습니다.

그 시기가 때마침 전자세금계산서 도입시기와 맞물렸습니다. 전자세금계산서 제도가 유예되지 않고 시행됐다면 제대로 가동이 됐을 겁니다. 아쉬운 부분입니다.

□ 한길TIS에 10억원을 투자하는 문제가 요즘 이슈인 것 같습니다.

☞지난 정기총회때 이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즉각 출자를 하자는 분들도 많았고 특정 업체와 합병한 후에 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현재 특정 업체가 8억원을 출자하겠다고 한 상태입니다. 우리가 출자하지 않으면 1대 주주 지위를 잃게 됩니다.

법적 효력 문제도 있고 회원들의 분명한 의견을 확실하게 알기 위해 임시총회를 열어 확실한 출자 여부를 물어보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초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전산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회장으로서 일을 다한 겁니다. 출자를 하지 않기로 한다면 독자적인 법인으로 가는 겁니다. 그렇게 되더라도 저는 회원들과 한 약속은 지켰다고 봅니다.

임시총회가 열리면 회원들에게 '사심없이 결정해달라'고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세무사회가 최대주주가 되면 세무사회원들이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에 큰 폭발력을 얻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독일의 다테이브 시스템처럼 될 수 있습니다.

□ 장시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랑하는 회원 동지 여러분, 전문자격증 선진화방안 등등 일부 학자들은 우리를 폄하, 음해하고 괴롭히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분명히 말하는 것은 세무사회가 결코 녹록한 단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재임하는 동안에는 우리 회원여러분들과 한 약속을 하나도 남김없이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회의 앞날을 위해서 제 온 몸을 던질 자신이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 다하는 그날까지 저에게 힘을 주시고 설령 섭섭한 것이 있더라도 '우리는 하나다. 세무사회가 최고다'라는 자긍심을 갖고 어려운 시대를 잘 헤쳐나가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고, 무엇보다도 어렵고 소외된 자들에게 다가가는 '나눔과 사랑의 온실'이 되는 세무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